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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규섭 시인님] 죽을 각오로 산다면

    낙엽이 진다. 빈 가지를 드러낸 나목이 검버섯 핀 노인의 피부 같아 안쓰럽다. 빈 가지를 스쳐가는 바람 소리가 송곳처럼 날카로워진다. 한 장 남은 달력의 어깨가 축 처졌다. 한 해의 무게를 털어낸 외로움이 외롭게 걸렸다. 한 해가 또 이렇게 저무는구나 생각하니 인생이 무상하다. 세상도 기운 운동장처럼 위태롭고 어수선하다. 늙은이의 값싼 넋두리만은 아니다. 계절이 바뀌고 한 해가 저물면 누구나 한 번쯤 감상에 젖거나 회한에 빠진다. 평소 우울증 증세가 있으면 더 울적해지기 쉬운 환절기다. 계절이 바뀔 때 우울증이 심하면 계절성 우울증  [ 이규섭 시인님 - 19.12.06 14:05:27]

  • [김재은 대표님] 행복은 해프닝?

    한 해가 저물어간다. 한 장 남은 달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어떤 한 해를 보냈는지 생각해보니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난 진정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까? 그러다 문득 ‘행복’이 어떤 녀석인지 궁금하여 찾아보았다. 행복(Happiness)’의 어원은 ‘Happen(일어나다ㆍ발생하다)’이라고 한다. happy의 어근은 ‘hap’인데 이 말은 ‘chance’(우연), ‘luck’ 또는 ‘fortune’(운)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동사 ‘happen’은 ‘발생하다’,‘생기다’의 뜻이고 ‘happening’은 사건 또는 사고를 가리키는  [ 김재은 대표님 - 19.12.05 14:12:07]

  • [한희철 목사님] 머물지 않음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벌써 2019년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달에 이르렀습니다. 1년 달력 중 남아 있는 것은 달랑 한 장뿐입니다. 세월이 얼마나 빠른지 한 해를 가리키는 숫자에 익숙해질 만하면 새로운 해가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자연 속에서 살았던 북미원주민들이 12월에 붙인 이름 중에는 ‘다른 세상의 달’ ‘침묵하는 달’ ‘존경하는 달’ ‘무소유의 달’ 등이 있습니다. 하나하나의 이름마다 그윽한 의미를 담고 있다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무소유의 달’이라는 말이 마음에 닿습니다. 어김없이 가는 세월 앞에서 우리 인생에 내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 아  [ 한희철 목사님 - 19.12.04 13:44:59]

  • [정운 스님] 나ㆍ너가 아닌 ‘우리’가 어떨까?!

    “옛 친구를 찾아가 보니, 마음이 아프다. 해 지나도 그저 홀로 병실에 누워 있으니, 찾는 사람 하나 없고, 터진 창살이 씁쓸할 뿐이다. 화로 속에 차가운 재, 방바닥에 앉으니 찬 기운이 감돈다. 병든 뒤에 몸뚱이가 고통인 줄 알게 되나니, 건강할 때 부지런히 남을 위해 헌신하소.”- <치문> 앞의 내용은 어느 스님이 옛 친구를 찾아갔다가 병들어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심정을 읊은 시 구절이다. 석가모니 부처님 때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한 수행자가 간밤에 복통이 나서 설사를 하고 탈진 상태가 되었다. 그 수행자는  [ 정운 스님 - 19.12.03 14:12:41]

  • [강판권 교수님] 낙엽: 잎을 즐기다

    낙엽의 계절이다. 나는 나무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이맘때를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낙엽을 ‘잎을 즐긴다’는 의미의 ‘낙엽(樂葉)’이라 적는다. 청소하는 분들은 낙엽이 결코 즐거운 잎일 수 없겠지만 나에게 낙엽은 잎의 특징을 자세하게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나뭇잎이 떨어지지 않았을 때는 나무에 달린 모든 잎의 특징을 자세하게 보기가 어렵다. 그러나 땅에 떨어진 나뭇잎들을 주어서 관찰하면 같은 나무의 잎이라도 조금씩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나뭇잎은 형형색색이지만 가장 많은 것은 노란색 혹은 주황색 계통이  [ 강판권 교수님 - 19.12.02 14:11:56]

  • [이규섭 시인님] 김장족, 김포족, 포김족

    김치 담그려다 파김치 되기 일쑤다. 김장을 끝내고 나니 삭신이 쑤시고 결린다. 허리와 손목에 파스를 붙이며 “이젠 김장하지 말아야지”다짐한다. 지난해도 같은 말을 했지만 김장철이 돌아오면 또 팔을 걷어붙이게 된다. 수십 년 이어온 김장의 전통과 생활의 사이클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김장은 겨울철 반 양식이라는 고정관념을 허물기도 어렵다. 또 다른 이유는 핵심 재료인 배추와 무를 청정지역에서 무료로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민통선마을에 사는 친척 집에서 우리 몫으로 재배한다. 새벽에 출발하여 밭에서 뽑아 트럭에 싣고 오면 오후 두세  [ 이규섭 시인님 - 19.11.29 14:00:37]

  • [권영상 작가님] 구도로에서 느끼는 호젓함

    친구도 옛 친구가 더 좋을 수 있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비슷한 환경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해도 서로 소통이 잘 되고 마음이 편하다. 설령 고향이 사라지더라도 어쩌면 그가 자신의 고향이 될 수 있다. 길은 뭐 안 그런가. 길도 어떤 면에서는 새로 난 직선도로보다 구불구불한 옛길이 좋을 때가 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다가 나오다가 또 한참을 가다가 마을을 만나면 다시 그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는 길은 역시 구불구불하다. 구불구불하여도 그 길로 시내를 오가는 버스가 다녔고, 먼 길을 가는 장거리 버스도 다녔다. 손수레는 물  [ 권영상 작가님 - 19.11.28 13:41:00]

  • [한희철 목사님] 소음 스피커

    그때가 언제쯤인지를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아파트에서 처음 잠을 자던 날 마음속에 들었던 생각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층층이 지어진 건물이니 위로도 여러 채의 집들이 있고, 아래로도 여러 채의 집들이 있는 셈이었습니다. 내가 누운 곳 위로도 누가 누워 있고, 내 아래로도 누가 누워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영 어색했습니다. 위에서 누가 나를 누르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내가 누군가를 누르고 있는 것 같기도 했으니까요. 시대의 변화를 따라 아파트를 처음 경험했기에 그랬을 뿐, 사방에 병풍처럼 아파트가 둘러선 요즘에  [ 한희철 목사님 - 19.11.27 13:59:01]

  • [정운 스님] 누가 그대를 묶고 있는가?!

    현대 문명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그에 따른 다양한 병이 생겨났다. 현대 문명의 병 가운데 전자파에 알레르기 반응이 심한 질병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고 한다. 대체로 두통이 심하면서 몸이 아파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니, 심각한 질병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어떤 이는 외출 시에 전자파 감지기를 갖고 다니면서 전자파가 적은 길로만 다니고, 또 어떤 이는 전자파가 없는 깊은 산속에서 홀로 살거나 일반 주택에 살아도 촛불을 사용하면서 가족과 헤어져 살기도 한다. 또한 전자파를 차단하는 직  [ 정운 스님 - 19.11.26 13:52:26]

  • [김민정 박사님] 일출

      만월이 소리없이 토해낸 이슬밟고 풀냄새 졸고 있는 새벽길 헤쳐간다 숨가쁜 달팽이 걸음, 축복으로 달래며 산골짝 바람 소리 온몸을 감는 순간 검붉게 하늘 뚫고 도도히 솟는 얼굴 천지간 손가락 걸고 복된 나날 맡긴다 쿵덕쿵 가슴달래 화살기도 날리면서 간절한 긍정의 힘, 온 세포 혼을 모아 겹겹산 인연의 굴레, 저 혼불에 기댄다 - 우형숙, 「일출」 전문 언제나 아침이면 해가 뜨는 일출이 시작되지만, 언제 보아도 신비롭고 신선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란 소설을 보면 마지막 장면에서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 것  [ 김민정 박사님 - 19.11.25 13:48:58]

  • [이규섭 시인님] 아름다운 삶, 잊혀버린 기억

    500억 기부한 91세 배우 신영균 “내 관엔 성경책만 넣어 달라” 최근 원로배우 신영균 씨의 중앙일보 인터뷰 표제가 눈길을 끌었다.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한 뉴스의 소용돌이 속에서 보석같이 빛나는 기사다. “남은 거 다 베풀고 가면서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마음이 한 시대를 풍미한 은막의 대 스타답다. 죽은 뒤 관 속에 넣어 달라는 성경은 영혼의 손때가 40∼50년 동안 묻어 낡고 헤졌다. 그는 500억 원 규모의 재산을 한국 영화 발전에 써달라며 2010년 명보극장(명보아트홀)과 제주 신영박물관 등에 쾌척한 바 있다.  [ 이규섭 시인님 - 19.11.22 14:08:44]

  • [권영상 작가님] 아내가 서있던 그 자리

    우체국에 볼일을 보러 나갈 때다. 베란다 화분에 물을 주던 아내가 물그릇을 손에 든 채 우두커니 창밖을 내다본다. 아파트 마당에서 애들 축구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걸 보고 있으려나 했다. 우편물을 들고 집을 나섰다. 책 한 권을 부치려 해도 직접 우체국으로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런 까닭에 보낸다 보낸다 하다가는 그만 잊기 일쑤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아내가 안 보인다. 아침에, 요양원 계신 엄마를 보러 갈까 하던 말이 생각났다. 이 방 저 방 찾아봐도 없다. 간다는 말없이 그냥 간 모양이다. 찾아가 뵈어도 이제 장모님  [ 권영상 작가님 - 19.11.21 13:21:47]

  • [한희철 목사님] 전거지와 이백충

    새로 이사를 한 교우 가정이 있어 심방을 다녀왔습니다. 새로 이사를 한 곳은 새로 지은 아파트였습니다. 아파트도 진화를 하는지 새로 지은 아파트는 공간 구조가 달라 보였고,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편리한 기능들이 제법 눈에 띄었습니다. 예배를 드리고 차 한 잔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학교 주변의 집과 관련하여 초등학교 어린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아파트로 이사를 한 것도 그런 말과 아주 무관하지는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빌거지’라는 말을  [ 한희철 목사님 - 19.11.20 14:03:48]

  • [김재은 대표님] 나이듦에 대하여

    바람을 품은 늦가을 비 한 번에 화려함을 뽐내던 가을 잎들이 속수무책, 말 그대로 추풍낙엽이 되어버렸다. 아직 물들지 않은 잎들을 포함하여 수많은 잎들이 언제 낙엽이 되는지 궁금했는데 그 비밀이 풀린 듯하여 개운하기도 하지만. 그런데 그 낙엽들에서 내 모습이 살짝 보이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벌써 내가 그럴 나이가 되었나 하는 생각을 하다 고향의 부모님이 생각나서 ,‘에이 내가 무슨 벌써?’ 하며 얼버무렸다. 순간 최백호의 노래, ‘낭만에 대하여’가 스치듯 지나갔다. 몇 구절을 옮긴다.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 김재은 대표님 - 19.11.19 14:14:56]

  • [강판권 교수님] 천연기념물 나무에 대한 예의

    천연기념물 나무는 문화재청에서 관리하는 국가문화재다. 따라서 자연생태의 천연기념물도 인문 관련 문화재처럼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천연기념물 나무는 죽으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것으로 판단해서 지위를 해제한다. 나무가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된 후에는 살아 있을 때와는 대우가 전혀 다르다. 돌아가신 충북 괴산군의 왕소나무의 예에서 보듯이 죽은 시신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태풍 13호 링링 탓에 천연기념물 제541호인 ‘합천 해인사 학사대 전나무’가 돌아가셨다. 2012년에 천연기  [ 강판권 교수님 - 19.11.18 1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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