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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규섭 시인님] “스승이 아니라 교사이고 싶다”

      중학교 때 국어와 한문을 가르친 송지향(宋志香) 선생님은 타계한지 오래됐어도 잊히지 않는 스승이다. 여성 이름 같지만 긴 수염에 흰 두루마기를 걸치고 하얀 고무신을 신고 교단에 섰다.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전형적인 선비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떠들어도 호통치지 않고, 헛기침으로 조용해지기를 기다렸다. 은퇴 후엔 소백산 자락 움막에 홀로 기거하며 한학과 서예에 정진하던 기인의 면모도 보였다.  학창시절 내게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셨지만 각박한 현실에 얽매이다 보니 스승의 은혜를 잊고 살았다. 32년 전 근무하던   [ 이규섭 시인님 - 20.05.14 10:10:23]

  • [권영상 작가님] 아버지의 유산

      감자밭에 감자 순이 푸르다. 단출하긴 해도 명색이 여섯 골이다. 심은 대로 쪽 고르게 났다. 봄 한 철 곱고 따뜻한 볕에 제법 그럴듯 하게 감자밭이 어우러졌다. 안성에 내려올 때면 제일 먼저 내 눈이 가는 곳이 푸른 감자밭이다. 마치 고향의 아버지나 되는 것처럼 내 마음을 든든하게 다잡아준다. 안성 일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면 불과 사나흘이 지났는데도 열흘이 지난 듯해 대충 먹을 것들을 싸 들고 서둘러 내려온다. 그때도 나를 부르는 건 감자밭의 푸른 감자들이다. 퇴직 훗날을 기약하느라 준비한 텃밭이었다. 하지만 퇴직을   [ 권영상 작가님 - 20.05.13 10:04:31]

  • [한희철 목사님] 사랑으로 세상은 넓어집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아내와 함께 양가 어머니를 모시고 강원도를 다녀왔습니다. 많은 세월을 함께 했기 때문이겠지요, 두 분에게서는 사돈이라는 조심스러움이나 부담보다는 한 가족 같은 편함과 친숙함이 느껴집니다.  아흔이 넘은 어머니와 여든이 넘은 장모님, 아무래도 두 분의 대화 속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아흔이 넘어서도 좋아하는 나물을 캐기 위해서 산에 잘 오르시는 어머니를 두고, 장모님은 무릎이 안 좋아 조심스러워하십니다. 어머니는 당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고 희망을 권하고요.  [ 한희철 목사님 - 20.05.12 10:37:06]

  • [정운 스님] 큰 바위 얼굴

    고등학교 때, 국어 책에 ‘큰 바위 얼굴’이라는 소설이 있었다. 이 소설의 마지막이 늘 마음속에 남아 있다. 1850년 너새니얼 호손이 발표한 단편 소설이다.  주인공 어니스트(Ernest)는 계곡 마을에서 살아간다. 그는 그 마을에서 태어나 자연과 함께 하며, 자연의 섭리에 순응해 살고 있다. 남북전쟁 직후, 소년 어니스트는 어머니로부터 바위 언덕에 새겨진 큰 바위 얼굴을 닮은 훌륭한 인물이 탄생할 거라는 전설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평생을 한 번도 마을을 떠나지 않았다. 매일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위대한 인물을   [ 정운 스님 - 20.05.11 10:21:14]

  • [김민정 박사님] 갈매기의 꿈

      닻 내린 뱃머리 끝 수평선이 걸려 있다  알몸의 조개더미 속 숨어드는 갯바람에  뉴스는 어제와 오늘 세상 주름 일러주고  사는 일 쉽지 않다고 말로 하면 모를까 봐  딸아이 교복 치마 주름을 펴는 아침  덜 지운 얼룩 하나쯤 좌표처럼 남겨둔다  그 누가 자식 두고 주름질 일 하겠냐만 모래톱 쌓인 발자취 그 쓸쓸한 자화상  등대는 은빛 물결 위 외줄 타기 한창이다  - 오영민, 「갈매기의 꿈」 전문 가정의 달 오월이다. 어버이날이 지났다. 오월은 계절  [ 김민정 박사님 - 20.05.08 13:11:48]

  • [이규섭 시인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는 세상

      ‘데이케어센터 설치 반대’ ‘우리가 원하는 건 도서관·어린이집 확대 설치!’ 서울의 한 아파트 곳곳에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는 기사다.  나이 들다 보니 노인 관련 뉴스에 눈길이 간다. 노노케어니 노노상속이니 하는 것도 노인들과 관련된 일이고 데이케어센터도 마찬가지다.  ‘데이케어센터(Day care center)’는 노인 주간보호시설이다. 경증 치매나 노인성 질환이 있는 노인이 미술·음악 수업을 듣고 인지훈련과 적절한 운동으로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추고 회복을 돕는 프로그램을   [ 이규섭 시인님 - 20.05.07 10:30:29]

  • [김재은 대표님] 뭣이 중헌디? 일과 노동을 생각하며

      휴일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청소며 빨래 등 집안일을 한다. 엊그제 휴일에도 창문을 활짝 열고 5월의 푸르름을 만끽하여 ‘일상의 노동’을 즐겁게 했음은 물론이다. 여름이 다가오는지 벌써 덥게 느껴졌지만...  며칠 전 부처님 오신 날과 노동절을 앞둔 그날, 이천의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하여 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은 참사가 일어났다. 그런데 그들 거의 대부분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일용직 노동자라는 게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일이 밥이고 밥은 생명이기에 노동(일)이야말로 삶 그  [김재은 대표님 - 20.05.07 10:25:37]

  • [한희철 목사님] 정성어린 손으로 마음 밭을

    이태 전, 이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물건이 하나 있습니다. 고등학교 3년 개근상 메달이었습니다. 메달을 따로 보관하고 있는 줄도 몰랐는데, 어딘가 구석에 숨어 있다가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내가 고등학교 때 3년 개근을 했었구나, 새삼 스러웠으니까요.  당시 살고 있는 집은 의왕이었고 고등학교는 수원에 있었습니다. 마침 수원에 새로 세워진 고등학교가 미션스쿨이어서 일부러 시험을 보고 선택한 학교였습니다. 전철을 타고 수원으로 가서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로 갔습니다. 안양을 오가는 기차 통학  [ 한희철 목사님 - 20.05.06 10:54:27]

  • [정운 스님] 삶은 견대며 사는 거,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

      옛날 인도에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그녀 이름은 빠따짜라인데, 매우 부유한 가문인 브라만이었다. 그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집의 하인이었다. 그 하인은 신분이 천민으로 두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빠따짜라 부모는 딸의 사정을 모른 채 결혼시키려고 준비중이었다. 그녀에게 정혼자가 정해졌고, 결혼식 전날 밤에 그녀는 하인과 함께 멀리 떨어진 지방으로 도망을 갔다. 이들이 행복한 가정을 이룬지 1년이 지나 빠따짜라는 임신을 하였다. 그녀는 아기를 낳기 위해 친정으로 가고 싶어 했다. 남편이 허락하  [정운 스님 - 20.05.04 11:46:49]

  • [강판권 교수님] ‘우산雨山’ 풍경

      봄날, 산에 가면 산이 하늘로 올라갈 것만 같다. 갈잎나무가 만든 꽃과 잎이 속 빈 산을 가득 메우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 산은 들어가는 순간 기분이 부푼다. 얼마 전 비 내리는 날, 우산을 쓰고 집 근처 산에 갔다. 비 오는 날에는 산을 찾는 사람들도 드물어서 아주 조용하다. 나는 ‘비 내리 산’을 ‘우산雨山’이라 부른다. ‘우산雨山’은 비를 막는 우산雨傘과 같은 발음이다. 비 내리는 날 산에 들어가면 비를 맞이하는 식물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비 내리는 산은 냄새부터 다르다. 흙 내음과 함께 식물에서   [강판권 교수님 - 20.05.04 11:43:36]

  • [이규섭 시인님]  현실이 된 노노(老老)상속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 케어’에 이어 노인이 노인에게 상속한다는 ‘노노(老老)상속’도 현실화되고 있다. 노노상속은 피상속인(상속을 해주는 사람)과 상속인(상속 받는 사람) 모두 노인이 돼 자산이 고령층 안에서 맴도는 현상이다. 2017년도 과세 대상 상속의 경우 피상속인 중 51.6%가 80대 이상인 것으로 우리나라 국세통계서 드러났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얹혀살려는 생각은 하지 말라는 게 노인 세대의 보편적 가치다. 물려준 다음 “부양 안할 거면 재산 도로 내 놓으라”고 ‘불효 소송’을 내  [ 이규섭 시인님 - 20.05.01 13:26:15]

  • [권영상 작가님] 동백이 피는 섬에서 향일암까지

      지난해 3월 31일이었다. 어딘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일었다. 갇혀사는 오랜 겨울 때문이러니 했다. 이럴 때는 문득 행장을 꾸려 나, 다녀오리라, 하고 길을 나서는 게 사내다운 모습이다. 그러나 그러기엔 내 길눈이 어두웠고, 내비게이션 이용도 서툴렀다. 결국 마음 내켜하지 않는 아내에게 동행을 부탁했다. 그러느라 가고 싶었던 경주 남산을 포기하고, 아내가 좋도록 동백 꽃섬을 찾아가기로 했다. 쉽게 양보한 까닭이 또 하나 있었다. 승용차로 아내와 함께 여행하는 친구들이 실은 부러웠던 거다. 결국 우리의 행선지는 여  [ 권영상 작가님 - 20.05.01 09:52:00]

  • [한희철 목사님]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이유

      2007년 독일에서의 목회를 마치고 귀국할 무렵, 세 아이 모두 한창 공부하는 학생인지라 아이들만 두고 돌아왔습니다. 고3이었던 큰딸에게 남동생 둘을 맡기고 온 것이니, 아비로서는 모진 선택이었습니다. 엄마 아빠 없이도 잘 지내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고마우면서도 미안하기도 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나라와 국경을 따로 가리지 않아 유럽에서도 크게 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선진국이라 자부하다가 무방비로 당하다보니 충격과 당혹감은 다른 나라들보다도 훨씬 더 크지 싶습니다.   아이들이 걱정이 되어 통화  [ 한희철 목사님 - 20.04.29 14:39:20]

  • [정운스님] 마지막 밥 한 숟가락을 남기어라

      노자는 인간에게 세 가지 즐거움[三樂]이 있는데, 잘 먹고[快食], 볼 일 잘 보며[快便], 잠 잘 자는 것[快眠]이라고 했다. 신체가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요가의 가르침에 바른 삶을 위한 5가지 방법이 있는데, 여기서도 첫째로 건강을 꼽고 있다. ‘맑은 정신을 지속되게 유지하려면 몸이 건강해야 한다. 몸을 정결히 해야 하고 배가 부를 정도로 음식을 많이 먹지 말라.’고 경계하고 있다. 그 먹는 데는 대식이 아닌 소식을 권하고 있다.  인도 석가모니부처님이 살아생전에 이런 일이 있  [ 정운 스님 - 20.04.28 10:36:50]

  • [강판권 교수님] 하늘, 우러러볼수록 아름답다

      하늘은 인간이 늘 존경하는 대상이다. 그 이유는 반드시 우러러봐야 하고,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신비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으로 하늘을 거의 잊고 살아간다. 코로나19는 현대인들에게 하늘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집안에 갇혀서 생활하다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이럴 때 잠시나마 하늘을 바라보면 우울한 마음도 금세 사라진다. 나는 하루에 몇 차례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을 바라보면 그 어떤 걸림도 없기 때문이다. 간혹 도시나 농촌에서 하늘을 바라보다가 전깃줄 탓에 기분이 상할 때가 있다.  [ 뉴시스 기사·사진 제공 - 20.04.27 1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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