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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규섭 시인님] 첨성대에 걸린 신라의 달

    늙은이 다섯 명이 의기투합했다. 추억을 추억하는 1박 2일 가을여행을 떠나자고. 수학여행의 메카 경주로 가자는데 쉽게 동의했다. 동행자들의 출생 지역은 서울, 경북, 경남, 전라도와 충청도로 각각 달라도 공통점은 수학여행을 경주로 간 것이다. 짧은 일정이지만 열차표와 숙소, 시티투어 예약 등 준비가 녹록지 않다. 주말을 피해 주초에 일정을 잡으니 열차표도 할인되고 관광지 동선이 느슨하여 좋았다. 함월산(含月山) 기림사(祇林寺)는 수학여행 일정에 없었고 첫 방문이다. 대적광전(大寂光殿, 보물 833호)의 퇴색한 단청엔 세월의 무게가   [ 이규섭 시인님 - 19.10.25 14:09:23]

  • [권영상 작가님] 사는 게 재미없고 답답할 때

    아침에 일어나자, 알싸한 연기내가 창을 타넘어 들어온다. 이 가을 아침에 무슨 일인가 싶어 문을 열고 나갔다. 길 건너 고추밭에서 그댁 김씨 아저씨가 고춧대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태운다. 연기가 뭉게뭉게 보기좋게 치솟는다. 고추밭 김씨 아저씨가 길 건너 앞밭에 고추를 심어 가꾼지 내가 알기로 6년이 넘는다. 그는 뭉게뭉게 오르는 연기 밑에서 고추 이랑 비닐 피복을 벗기고 또 한편으론 다음에 태울 고춧대를 쌓아올리느라 분주하다. 저이가 이른 아침부터 저렇게 서두르는 걸 보면 무슨 궁리가 있는 게 분명하다. 아침 식사를 할 때쯤 밭 가  [ 권영상 작가님 - 19.10.23 16:38:13]

  • [한희철 목사님] 빠삐용 순이

    영월 김목사님네 개 이름은 순이입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순하게 생긴 진돗개지만, 사실은 순하지 만은 않습니다. 얼마 전까지 김목사님이 작고 외진 시골마을에서 목회할 때만해도 순이는 놀라운 재능을 발휘하곤 했습니다. 아침과 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 목줄을 풀어주면 맘껏 사냥을 즐겼던 것입니다. 쥐를 잡는 것은 기본, 야생 고라니를 잡은 것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고라니를 잡을 정도이니 순이의 끈기와 집념은 알아줄 만한 것이었습니다. 필시 범을 만났어도 물러서지 않고 맞장을 뜨지 않았을까 싶은 순이입니다. 이름만 순해 보였을 뿐 순이 안에  [ 한희철 목사님 - 19.10.23 13:35:31]

  • [김재은 대표님] 용서, 위대한 힘

    가을날이 참 눈부시다. 하늘빛은 오늘따라 더 찬란하다. 그 어떤 화가가 저 하늘보다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려낼 것인가. 순간 그 하늘 위로 수많은 얼굴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운 사람도 있고, 생각만 해도 아문 상처가 덧날 것 같은 사람도 있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눈부신 가을날이 마음 깊은 곳의 그것까지 자극했나보다. 생각이라는 것이 참 불가사의하다. 강한 태풍에 모든 것이 다 날아갔다고 여겼는데 어느새 그대로 돌아와, 아니 더 많은 잡동사니까지 데리고 와서 그 자리를 떡하니 채우고 있으니. 수많은 감정덩어리들이 엉겨 붙은 채 말이  [ 김재은 대표님 - 19.10.22 14:13:57]

  • [김민정 박사님] 겨울 삼척항

    야트막한 언덕 횟집, 동해를 바라본다 오후 한 때 소솜한 빛 부두로 눕거나 그칠 줄 모르는 눈발에 어선처럼 묶여 있다 어둠에 익숙해진 마음들이 출항하고파 유리창 열고 나가 방파제 둑을 걷다 다 늦게 바람에 걸려 울음소리로 덮는다 흐린 날의 연속처럼 저녁이 지나 간다 곰팡이 밴 민박집, 바람은 박음질하고 그렇게 저물어가는 생의 어느 한 굽이 - 박현덕, 「겨울 삼척항」 전문 가을이 깊어지고, 여기저기 물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노랗게 빨갛게 저마다의 색깔을 보이며 가을이 익고 있다. 그런데 벌써 설악산에는 첫눈이 내렸다고 한다. 겨울  [ 김민정 박사님 - 19.10.21 13:54:18]

  • [이규섭 시인님] 빛바랜 추억의 동춘서커스

    서커스단이 들어오면 읍내는 술렁거렸다. 피에로 복장의 난쟁이와 짙은 화장의 곡예사들이 트럼펫과 북소리에 맞춰 거리를 누비면 가슴이 울렁거렸다. 볼거리가 귀하던 시절 서커스는 환상의 종합예술이다. 그 시절 서커스단은 곡마단이라고도 했다. 마술, 동물 곡예, 신파조의 단막극과 쇼는 황홀했다. 지상 곡예는 아슬아슬하고 하이라이트인 공중곡예는 짜릿한 전율이다. 외줄과 그네를 타는 소녀는 연민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호황을 누리던 서커스단은 영화산업의 성장과 텔레비전 드라마에 밀려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동춘서커스를 마지막 본 것은 27년 전,  [ 이규섭 시인님 - 19.10.18 14:04:52]

  • [권영상 작가님] 야, 멋지다! 이거 산거야?

    베란다 조롱에 키우고 있는 십자매가 새끼를 쳤다. 두 마리. 아침에 눈을 뜨면 닫힌 베란다 문밖에서 새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 속엔 어린 새끼 새들 소리도 간간이 들려온다. 가을이 올수록 새들 울음소리가 또록또록하다. 아무래도 새끼 새들이 더 크기 전에 둥지 하나를 더 구해줘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미 조롱 안에 든 둥지는 십자매 분양을 받을 때 구해온 짚으로 만든 둥지다. 거기에 어미새 두 마리가 여태 살았는데 네 마리가 함께 살기엔 아무래도 좁다. 그간 이런저런 일이 밀려 십자매 둥지에 마음 쓸 여유가 없었다. ‘가  [ 권영상 작가님 - 19.10.17 14:14:46]

  • [한희철 목사님] 사랑과 떼어놓을 수 없는 것

    갈수록 우리 사회는 갈등과 반목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해와 공감이 자리 잡아야 할 자리에 증오와 불신이 자리를 잡고는 뿌리를 키워갑니다. 혼자의 목소리로 되지 않으면 세를 불려 목소리를 높입니다. 내가 주장하는 것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라면 가짜를 동원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분노를 자극하여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냅니다. 부끄러움도 모르고 함부로 북을 치는 이들이나 북소리만 들리면 누가 치는 북인지도 확인하지 않고 흥분을 하는 많은 사람들,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나 싶어 마음이 아뜩해지곤 합니다. 혼란한 이 시대에  [ 한희철 목사님 - 19.10.16 14:06:15]

  • [정운 스님] 고난에 처한 예수와 부처

    일본 성공회 신부님의 글을 읽었다. 의미심장한 내용이 있어, 대략 간추려 글을 정리해본다.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사유하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나는 팔레스타인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인다. 나와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중동 지역이지만,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을 근자에 들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그리스도교인들의 성지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이 성지를 방문한다. 수년 전에 나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지식으로 알고 있을 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히 팔레스타인 출신 신부님이 일본에 왔는데, 그를 만나면서 나  [ 정운 스님 - 19.10.15 13:58:37]

  • [강판권 교수님] 내 마음의 나무

    사람마다 마음속에 간직한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살다 보면 마음에 담아둘 만한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에 담아두는 나무는 그냥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사연이 있다. 저마다 사연을 품고 있기 때문에 나무에 대한 사랑도 애틋할 수밖에 없다. 나무도 삶의 사연이 있다. 나무는 사람처럼 기록을 하지 못할 뿐이지 생명체라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아픔과 기쁨을 겪는다. 사람이 한 그루 나무를 가슴에 품는 순간 나무의 얘기와 만난다. 두 생명체가 갖고 있는 얘기는 때론 신화로 탄생하기도 하고, 때론 전설로 이어지기도 한다. 신화  [ 강판권 교수님 - 19.10.14 14:01:52]

  • [이규섭 시인님] 한국인 이름 딴 미국 단과대학

    미국서 날라 온 낭보다.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나쁜 뉴스로 짜증스럽고 불편한 가운데 모처럼 흐뭇한 착한뉴스다. 최근 미국 일리노이주립대(ISU)가 소속 예술대학의 이름을 재미(在美) 화가 김원숙 씨의 이름을 따 ‘김원숙 예술대학’으로 명명했다는 보도다. 미국 단과대학에 한국인 이름이 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인의 긍지를 갖게 한다. 한국계 미국인 남편 토머스 클레멘트 씨와 함께 예술대학에 12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우리 돈으로 143억 원의 큰돈을 선뜻 내놓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김 씨는 기부금 약정식에서 “기부는 내가   [ 이규섭 시인님 - 19.10.11 14:01:59]

  • [권영상 작가님] 마지막 가을 선물

    산길을 오르는데 길옆 풀숲에 알밤 하나가 떨어져 있다. 방금 떨어졌는지 붉고 윤기 도는 말쑥한 밤이다. 밤을 집어 들며 고개를 쳐들었다. 밤나무 한 그루가 우두커니 서 있다. 나는 밤나무 밑을 돌며 세 톨을 더 주웠다. 바지 주머니에 넣으니 불룩하다. 산을 다 오른 뒤 집으로 돌아오며 바지 주머니 속에 든 알밤을 꺼내어 손에 꼭 쥐어본다. 10여 년 전의 그 날이 떠오른다.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대관령을 넘었다. 어머니는 바다가 보이는 종합병원에 입원해 계셨다. 이런 일이 그 해 들어 두 번째였다. 그 날은 격리병실에 들  [ 권영상 작가님 - 19.10.10 14:06:10]

  • [한희철 목사님] 시드는 꽃무릇을 보며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고, 사람들은 꽃을 좋아하고 사랑합니다. 꽃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은 남녀노소의 구별이 없지 싶습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꽃을 좋아합니다. 꽃을 보면 감탄을 하게 되고, 안으로 움츠러들었던 손을 내밀게 되고, 잊고 있었던 심호흡을 하게 됩니다. 나도 착하게 살아야지, 자신도 모르게 선한 다짐도 하게 됩니다. 꽃을 가까이 두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지요, 마음에 드는 꽃을 만나면 씨앗을 받거나 사진을 찍거나 꽃의 이름을 메모해 두기도 합니다. 동서고금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왜 사람들은 꽃을 좋  [ 한희철 목사님 - 19.10.08 14:14:07]

  • [정운 스님] 동행同行

    동북아시아[한국ㆍ중국ㆍ일본] 평화공동체 종교모임이 있다. 1년에 한번 하는데, 나라마다 돌아가면서 포럼을 개최한다. 올해는 일본에서 행사를 하는데, 필자가 한국 대표로 발표하기로 되어 있다. 원고 작성하기 전, 참고삼아 이전의 발표 원고를 읽었다. 그런데 재작년에 발표한 일본성공회 신부님 글에 잔잔한 감동을 받아, 여기에 소개키로 한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대학원으로 유학을 갔다. 대학원이 오클라호마주에 위치해 있어 나는 그곳의 작은 마을 교회에 다녔다. 그 교회에 일본인이 간 것은 내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교회의 교인들이  [ 정운 스님 - 19.10.08 14:13:26]

  • [김민정 박사님] 한글의 우수성

    구름왕국 저 하늘 쳐다보면 눈부시듯 초고층 그곳에서도 바닥을 내려다보면 까마득 아름다울 거야 그리움이 사는 곳 - 서연정, 「동화처럼」 전문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한글로 시조를 쓰는 시조시인으로서, 학생들에게 우리글을 가르치는 국어교사로서 새삼 한글이 고맙고 세종대왕이 자랑스럽다. 한글의 가치를 가장 먼저 서구에 알린 사람은 조선 최초의 근대 관립학교인 육영 공원에 교사로 와 있던 미국인 헐버트(Hulbert, Homer Bezaleel)이다  [ 김민정 박사님 - 19.10.07 14:20:00]